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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리뷰(새로운 시작, 노래, 자유)

by cinema88 2026. 1. 16.

사운드 오브 뮤직은 1965년에 개봉한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뮤지컬 영화로, 음악이라는 친숙한 매개를 통해 개인의 성장과 가족의 회복, 그리고 자유에 대한 선택을 다루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나 음악 영화에 머물지 않습니다. 맑고 경쾌한 노래 뒤에는 시대의 불안과 인간의 신념이라는 묵직한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시작, 노래로 이어진 가족, 그리고 자유를 향한 선택에 대해 차례대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포스터입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포스터

새로운 시작

영화는 알프스의 풍경과 함께 마리아의 노래로 시작됩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뮤지컬의 분위기를 알리는 역할을 넘어서, 마리아라는 인물의 성향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그녀는 자유롭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인물이어서, 수녀원이라는 규율 중심의 공간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수녀원 원장과 수녀들이 마리아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녀가 이곳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마리아가 폰 트랩 대령의 집으로 가정교사로 떠나는 선택은 도피라기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한 시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감독은 이 과정을 갈등이 아닌 전환의 계기로 그립니다. 폰 트랩 가문은 엄격한 규율과 군대식 질서를 갖춘 곳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 규칙을 따르는 것에 더 익숙해진 상태입니다. 이곳은 마리아가 있던 수녀원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고, 그래서 그녀의 성향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는 무대가 됩니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점은, 영화가 마리아를 완벽한 인물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녀 역시 불안하고 미숙하며,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탐색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점차 성장합니다. 이는 관객에게 “새로운 시작이란 거창한 결단이 아니라, 자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자리로 이동하는 것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노래로 이어진 가족

폰 트랩 가문에서의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전 가정교사들을 쫓아냈던 경험을 되살려 마리아도 쫓아내려 하고, 대령은 아이들에게 다정하게 대하지 못합니다. 이때 마리아가 선택한 방식이 바로 ‘노래’입니다. 그녀는 명령이나 설교 대신 음악을 통해 아이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노래는 규칙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영화 속 음악들은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 서사를 이끄는 기능을 합니다. 아이들이 노래를 배우는 과정은 곧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며, 이는 가족의 형태를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특히 아이들이 처음으로 웃고 장난치는 장면들은 음악이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감독은 이 장면들을 일상 속 변화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어 설득력을 높입니다.

폰 트랩 대령의 변화 역시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는 음악을 멀리했던 인물이지만, 점차 아이들과 함께 노래하며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게 됩니다. 아내를 잃은 이후 마음을 닫아두었던 그가 음악을 통해 다시 가족과 연결되는 모습은 이 영화의 정서적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와 대령의 관계 또한 로맨스보다는 신뢰와 존중이 서서히 쌓여가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이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노래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언어입니다. 감독은 음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소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제시합니다. 이 점에서 이 영화는 뮤지컬이면서도 인간 관계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통찰을 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자유를 향한 선택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영화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밝은 노래가 이어지던 이야기에 전쟁의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나치의 등장은 이 가족에게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을 요구합니다. 폰 트랩 대령은 자신의 신념을 지킬 것인지, 가족의 안전을 먼저 생각할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 고민은 한 사람의 문제를 넘어, 그 시대를 살아가던 개인이 어떤 선택해야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감독은 이 부분을 선과 악의 구도로 단순화하지 않습니다. 대신 침묵하거나 타협하는 선택이 얼마나 쉬운지 알려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령이 다른 길을 택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마리아 역시 이 선택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녀는 대령을 설득하기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지지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는 자유를 선택하는 일은 혼자만의 결단이 아니라, 함께 감당해야 할 책임임을 암시합니다.

마지막 탈출 장면은 극적인 긴장 속에서도 과도한 감정 연출을 피합니다. 가족이 함께 산을 넘는 장면은 승리의 순간이라기보다, 불확실한 미래로 나아가는 것으로 그려집니다. 이때 관객은 이들이 어디로 가는지, 이후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자유를 향한 선택 그 자체라는 점입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노래와 풍경으로 관객을 매혹시키면서도, 자유란 무엇이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이들의 선택은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라, 신념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