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한창민 의원 외 10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최대 9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처음 들으면 솔직히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그럼 이사 걱정 없이 한 집에서 오래 살 수 있으니 좋은 건가?”라는 생각도 들고, 반대로 "그 사이에 가격이 많이 올라버리면 어떡하지?", “집주인들은 가만있을까?”라는 의문도 따라옵니다. 이번 글에서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이른바 ‘9년 전세’가 어떤 의미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1. 개정안 핵심 내용 정리
이번 개정안의 목적은 세입자의 거주 기간을 더 안정적으로 보장하자는 데 있습니다. 현재 임대차보호법은 2년 계약에 1회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 세입자가 원하면 최대 4년까지 거주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2년 계약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를 2회로 늘려서 최대 9년(3년+3년+3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론 “무조건 9년” 거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과 동일하게 임대인이나 임대인의 직계존비속이 실거주를 한다거나, 세입자가 월세를 연체했다거나, 무단으로 전대했다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 계약기간 2년 → 3년
- 계약갱신청구권 1회 → 2회
- 보증금 상한제 도입 : 주택가액의 70% 이하
- 임대차등기 임차인에 대한 경매 청구권 부여
- 임대인 재정정보 공개 확대 : 국세, 건강보험료 의무 제출
- 주택 양도시 임차인에게 매도계약 15일 전 서면통보해야 하며, 서면동의를 받아야 함
이 조항들은 임차인의 거주 권리를 강화해서 이른바 '갭투자'를 막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2. 긍정적 측면
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이번 개정안은 상당히 반가운 이야기입니다. 전세로 살다 보면 2년이라는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계약 만료가 다가올 때마다 “이번에는 또 얼마가 오를까”, “혹시 집주인이 나가달라고 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9년까지 거주가 가능하다면, 이런 불안이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이나, 직장과 생활권이 고정된 사람들에게는 거주 안정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학교 문제 때문에 이사를 쉽게 못 하는 경우도 많고, 출퇴근 동선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생활의 질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거주가 보장된다는 것은 단순히 ‘집을 빌린다’는 차원을 넘어, 삶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또 하나 긍정적인 부분은 전세 시장의 불필요한 이동을 줄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잦은 이사는 중개 수수료, 이사 비용, 도배·청소 비용 등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계속 발생시킵니다. 9년 전세가 자리 잡는다면 이런 비용이 줄어들고, 시장 전체로 보면 더 효율적인 구조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이게 이상적으로만 흘러간다면 말입니다.
3. 부정적 측면
세상에 장점만 있는 제도는 없습니다. 이번 개정안 역시 집주인 입장에서 보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재산권 침해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장기간 자유롭게 처분하거나 활용하기 어려워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매도조차 임차인의 동의가 없다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어 보입니다.
또 하나 현실적인 문제는 전세 물량 감소 가능성입니다. 만약 집주인이 “한 번 세를 놓으면 9년 동안 가격을 마음대로 못 올린다”고 느낀다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거나 아예 임대를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됐을 때도 전세가 줄고 반전세·월세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세입자에게도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장기 거주권이 강화되고, 매매 시 임차인 동의까지 받아야 한다면 전세 매물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매물이 줄어든다면 전세가는 자연스럽게 오르게 됩니다. 애초에 전세금이 더 높게 책정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대부분의 집주인이 “어차피 오래 묶일 거라면 처음부터 높게 받자”라고 판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입자의 입장에서 장기전세가 끝나는 시점에 재계약을 하거나, 다른 전세를 찾아본다고 가정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집니다. 전세매물은 줄어들었을테고, 그 사이에 신규로 계약하는 전세가는 천정부지로 올랐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월세 혹은 매매뿐일 겁니다. 전세 수요자들은 차츰차츰 월세로 이동할 테고, 그만큼 월세 가격도 상승합니다. 결국엔 고가의 전세 매물만이 조금 남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9년 사이에 단단히 대비하지 않는다면 세입자는 그 후폭풍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합니다.
4. 시장의 반응
세입자 커뮤니티나 온라인에서는 환영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동시에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이미 전세 품귀를 체감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이 제도가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임대인 측은 반대하는 목소리가 강합니다. 개정안 반대 청원도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직 확정된 법이 아니기 때문에 관망하는 태도가 많고, 일부는 벌써부터 월세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현재 이 개정안은 의안만 접수된 상태로, 시행되기 까지는 많은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상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정부 동의를 모두 거쳐서 실제로 시행이 되려면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실제로 매년 발의되는 법안 중에 약 70~80%는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된다고 합니다.
5. 우리의 자세
정리해보면, 2025년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서 말하는 ‘9년 전세’는 세입자에게는 안정적인 거주 환경을, 집주인에게는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는 제도입니다. 장기 거주라는 큰 장점이 있는 반면, 전세 물량 감소나 초기 전세금 상승 같은 부작용 가능성도 함께 존재합니다.
아직 모든 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과도한 기대도, 과도한 불안도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나올 구체적인 법안 내용과 적용 방식을 차분히 지켜보는 것입니다. 세입자라면 장기적인 주거 계획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계기로 삼고, 집주인이라면 임대 전략을 유연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제도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현실에 맞게 다듬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